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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쪽빛이 배어있는 광주

설월리의 가마소(駕沼)

설월리의 가마소(駕沼)

경기도 광주 땅에서 동쪽으로 얼마를 가면 초월읍이 있으며, 그곳에 「지월리」라는 마을이 있다. 지월리를 이 고장에서는 「설월리」라고도 부른다.

이 마을에는 깊고 물이 유난히 차고 맑은 「가마소」혹은 가마수 라고도 부르는 소(沼)가 있다. 이 가마소에는 하늘이 정해 준 배필을 버리고, 부모가 정해준 곳으로 시집을 가다가 애통하게도 죽어야했던 한 처녀의 애절한 사연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오래된 옛날의 일이었다. 지월리에 초로에 접어든 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전답과 재산이 많고 하인들도 여러 명을 부렸으며 부부간의 금실도 좋아서 온동리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했다.

그러나 남부럽지 않은 이들 부부간에게도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었으니, 그들에게 아직 슬하에 일점혈육이 없는 것이었다.

「여보, 우리가 이만큼 남부럽지 않게 여러 하인을 거느리고 사는 것도 하늘이 내려주신 복인가 하오. 그런데 슬하에 자식이 없으니 .아들이건 딸이건 자식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더 재미있겠소.」 「영감 죄송합니다. 저의 덕이 부족해 그만 .」 「부인, 그게 어디 당신 탓이오? 다 우리가 타고 난 팔자지 .」 「그래두 .」 이런 말을 주고받는 늙은 내외의 얼굴엔 수심이 깃들어 있었다.

부인은 자식을 하나 얻고 싶은 마음에서 뒤뜰에 칠성단을 모시고, 매일 새벽 정한수를 떠다 놓고 칠성님께 빌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남편도 같이 나와 치성을 드릴 때도 있었다. 어느 날 부인은 꿈을 꾸었다.

머리와 수염이 하얗게 센 한 노인이 나타나서 「너희들 부부의 소원이 간절하고, 또한 정성이 지극하므로 내가 아이를 얻을 방도를 가르쳐 주겠노라. 이 마을 흐르는 냇물 중에서 가장 깊은 곳에 다리를 놓고 매일 새벽에 그 다리 위에서 치성을 올리도록 해라. 그러면 자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인즉, 장성하여 혼사를 치르게 될 때에는 하늘의 뜻을 거역치 말지니라. 만약에 그렇지 않으면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이로다.」하고 이 말을 남기고 노인은 학을 타고 멀리 날아가 버렸다.

꿈을 깬 부인은 하도 이상하고 신기하여 영감에게 꿈 얘기를 했다.

영감은 매우 기뻐하며,「여보, 하늘이 우리의 정성을 알아주시고 자식을 내려 주실 모양이오. 이렇게 기쁜 일이 어디 있겠소?」하며 부인을 얼싸 안았다.

「그렇지요. 영감 그런데 하늘의 뜻을 거역하지 말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그거야 낸들 어찌 알겠소? 그러나 순리대로 일을 치러 나가면 될게 아니겠소?」 이리하여 이들 부부는 그날부터 사람들을 모아 다리를 놓는 공사에 착수하여 한 달이 지난 후에 마침내 다리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다리가 선 날부터 매일 새벽 빠지지 않고 그 다리 위에서 치성을 올리고 기도를 했다. 이러기를 백일째 되던 날 부인은 또 태몽을 꾸었다. 부인이 베틀에 앉아 베를 짜다가 졸고 있었다.

그 때 하늘에서 찬란한 빛을 내는 구슬 하나가 창문을 통해 들어오더니 부인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부인은 깜짝 놀라 잠을 깨었다. 열 달 후 부인은 귀여운 딸을 낳았다.

구슬 꿈을 꾸고 얻은 아이라 하여 구슬아기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런데 이 집에서 부리는 머슴 중에 박서방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또한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인집 딸과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것이다. 머슴 박서방은 주인 영감이 이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나빠할까 봐 쉬쉬했으나, 소문은 막지 못하는 법이라, 결국 주인영감의 귀에도 그 소식이 들어갔다.

영감은 내심 기분이 언짢았다. 하필이면 머슴 녀석의 아들과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나다니. 그리고 머슴 녀석은 아들을 낳았는데 나는 딸이라니. 그러나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기 타고난 복대로 되는 것이지 사람의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주인영감은 이렇게 체념하고 박서방에게 곡식을 한말 보냈다

박서방은 몇 번이고 절을 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세월은 흘러서 구슬아기는 정말 구슬처럼 곱게 자랐다. 미모가 뛰어나고 예의범절이 밝았으며, 부모에 대한 효성이 또한 지극했다. 늙은 부모도 온갖 정성을 다해 딸을 키웠다.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부모의 집에 화기가 애애하고 웃음이 그칠 날이 없었다. 한편 박서방네 아들도 잘 자랐다.

미천한 출생이라 잘 가꾸지는 못했지만, 생김새는 훌륭했다. 얼굴은 떠오르는 아침해처럼 밝았으며 체격도 늠름한 게 갈 데 없는 헌헌장부였다. 그러나 그는 이 집 머슴의 아들이라는 신분이었다. 드디어 마땅한 사윗감을 골라냈다. 그것은 건너 마을 김초시네 아들이었다. 가세는 그리 왕성치 못하지만 총각이 워낙 똑똑하고 인물이 잘 생겨서 근처에서는 수재라고 소문이 난 터였다.

영감네 지체는 김초시네 보다 낮지만 재물이 많고, 또 색시의 재색이 빼어나 혼담은 큰 탈없이 성립되었다. 혼인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구슬아기는 기대에 부푼 가슴으로 밤새 잠을 못 이루다가 새벽녘에야 잠깐 눈을 붙였다. 그런데 하늘이 갈라지며 눈부신 빛이 흘러나와 구슬아기의 얼굴을 비추었다. 구슬아기는 그 빛이 나오는 곳을 쳐다봤다.

그러자 하늘이 갈라진 틈에 서 위엄 있는 말소리가 흘러 나왔다. 「구슬아기야 듣거라!」 「네?」 구슬아기는 놀라며 대답했다. 「너는 나 옥황상제의 딸이니라.」 「예? 제가요?」 「그렇다. 그런데 너는 너의 정해진 배필을 두고 어디로 시집을 가려 했느냐?」 「무슨 말씀이오신지 . 소녀는 그저 부모님이 정해주신 대로 따를 뿐이옵니다.」 「아니다. 너의 배필이 될 사람은 김초시네의 아들이 아니라 너의 집 머슴 박서방의 아들 돌쇠이니라.」 「예? 돌쇠라고요?」갈수록 놀라운 말이었다. 「그렇다. 내가 너의 부모의 정성이 갸륵하여 너를 하계로 내려 보낼 때 너의 배필로서 돌쇠도 박서방의 아낙의 배를 빌어서 함께 하계로 내려 보냈느니라. 그렇거든 너는 어찌하여 하계의 인간과 혼인을 하려 하느냐?」 「소녀는 아무것도 모르옵니다. 다만 부모님께서 .」 「그 무슨 소리냐? 지금의 혼인 파하고 돌쇠와 결혼을 하도록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당장 너와 돌쇠를 다시 하늘 나라로 불러올리겠노라」 구슬아기는 놀라서 소리치며 잠에서 깨어났다. 온 몸이 땀에 배어 축축했다. 꿈을 꾼 것이다. <그런 일이.> 구슬아기의 비명소리에 어머니가 달려왔다. 딸의 꿈 얘기를 들은 늙은 부모는 대경실색을 했다.

십육년 전 구슬아기를 베개 되었을 때 신령님이 하신 말씀을 그냥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여보 영감. 아 일을 어쩌면 좋지요?」 「흐음.」 「여보, 혼약을 파기하고 옥황상제님의 말씀대로 따르기로 하십시다. 네?」 「 .」 영감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윽고 영감은「아니야 안돼, 그건 애기가 너무 긴장해서 꾼 개꿈이야, 개꿈. 세상에 자기집 머슴의 아들과 혼인을 맺는 데가 어디 있었단 말이오. 원 머슴 녀석하고 혼인을 하다니 상제님도 망령이시지, 자 걱정밀고 어서 준비나 해요, 아가야 넌 잠이나 더 자거라」영감은 딸에게 다정스럽게 말하고서 호탕하게 웃으며 나가 버렸다.

어머니와 딸도 영감의 말 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혼인은 무사히 치렀다. 그런데 신행길에서 . 신부는 신랑을 따라 가마를 타고 신행을 가게 되었다. 달 밝은 밤이었다. 일행이 영감의 구슬아기를 얻기 위해서 세운 다리의 중간에 이르렀을 때였다. 밝은 달이 순식간에 먹구름에 가려져서 온 누리가 깜깜해지더니 눈보라가 휘날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바람까지 세차게 일어나 다리위의 일행을 휘말아 갈듯했다.

일행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우왕좌왕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이거 원 앞을 분간할 수가 있어야지」 「아이쿠! 밑이 미끄러워서 한 발짝도 발을 뗄 수가 없네.」 모두들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때 가마꾼들이 소리를 쳤다. 「아이쿠 가마, 이거 가마가 미끄러지는데 야단났군.」이상한 일이었다.

메고 있는 가마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여보게 거 가마 좀 꼭 붙들게, 이거 정말 야단났구나.」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하늘이 하시는 일을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가 없었다. 이윽고 가마는 신부를 실은 채로 스르르 미끄러지더니, 다리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첨벙!」가마는 깊고 차가운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그러자 하늘은 씻은 듯이 개이고 다시 밝은 달이 얼굴을 내밀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시각 이후로 머슴 돌쇠도 보이지를 않았다. 영감 내외를 빼고선 그 까닭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 일이 있은 후로 구슬아기가 가마를 타고 빠진 깊은 웅덩이를 가마소(駕沼) 혹은 가마수라 부르게 되었고, 눈 내리는 달밤이었다 하여 마을 이름을 설월리(雪月里)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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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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